삶의 이야기 83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세상 나이 예순 하나 쯤에 (6) [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 장맛비 내리는 토요일. 이른 봄, 텃밭에 감자 몇 알 심어놓은 한 이랑 후벼온 감자에 애호박 하나 따다 채 썰어 부친 감자전에 주(酒) 사랑을 듬뿍 받고, 뒷정리하는 아내의 부름에 수박만 한 음식물 잔반통(殘飯桶)을 들고, 도둑고양이처럼 주위를 살피며 아파트 한쪽에 있는 음식물 수거 으로 갔다. 아뿔싸! 수거통 앞에서 아래층에 사는 5~6년 연배의 초등학교 정년 퇴임한 선생을 만났다. 머쓱한 나에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오셨네요." 하며 인사를 건넨다. "아! ~ 예, 선생님도..." 맞다, 세상 나이 예순한 살을 먼저 넘긴 선생님의 말씀이 명언이다. 네일, 내일이 어디 있으랴!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는 게 노년으로 가는 길목인 것을... ..

삶의 이야기 2019.06.29

한 번뿐인 인생

세상 나이 예순 하나 쯤에 (5) [한 번뿐인 인생] 큰아들이 장성하여 분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분가가 어찌 쉬우랴! 다행인 것은 세종시 아파트 분양에 이전기관 종사자로 특별공급 대상자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얄팍한 욕심 선택으로 십여 번 떨어졌다. 내 눈에 좋은 타입을 선택하면 다 선호하는 타임이라 경쟁률이 높아 떨어지고, 청약에 당첨이 되면 청약 기회는 소멸한다. 또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제도가 시한적으로 축소, 없어질 판이다. 며칠 전 분양할 아파트에 소신껏 선택해서 청약했다. 선택에 정답은 무엇일까? 선택 일화 하나를 나열하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 BC 470 ~ BC 399)에게 제자들이 물었다. "선생님!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아무..

삶의 이야기 2019.06.22

덤덤해지는 아내와 연약해지는 나

세상 나이 예순 하나 쯤에 (4) [덤덤해지는 아내와 연약해지는 나] 지난밤, 공차기 보느라 잠을 설쳐 늦게 일어난 오늘 아침. 같이 출근하는 시간에 쫓기는 아내를 위해 사랑하는 마음으로 싱크대에 손 담그고 설거지를 말끔히 했다. 바로 내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아내에게 마음을 물으니 '아내 된 도리로 해준다.' 한다. 사랑스러워서 이쁘게 만져 주는 줄 알았는데... 여성이나 남성들은 나이가 들면 호르몬 변화로 갱년기가 오는데, 여성은 남성화되고 남성은 여성화된다는 학설이 맞는 듯싶다. 그래서 세상 나이 육십 줄에도 착각하며 사나 보다. 2019. 6. 12 아름드리 경철.

삶의 이야기 2019.06.12

비움의 미학

세상 나이 예순 하나 쯤에 (3) [ 비움의 미학 ] 취미와 운동을 겸해서 수영을 한 지 공백 기간을 합쳐 25년이 됐다. 어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원끼리 역영을 하는데, 지난달 막 올라온 40대 회원이 답답하다고, 빨리 가라고 내 발을 건든다. '어라~ 내가 한때는 동호회 전설로 통했는데...' 자존심과 오기로 추월을 주지 않고 사력을 다해 보란 듯이 역영(力泳)을 했다. 사력을 다한 역영으로 내 몸은 바로 반응이 왔다. 손발은 후들후들 떨리고, 숨소리는 수영장에 메아리치고, 천정에 있는 불빛은 빙빙 돌았다. 내가 어리석음을 깨닫기는 그리 멀지 않았다. 탈의실 거울 앞에 깊은 숨을 몰아쉬는 육십 대 중년이 서 있었다. 공자가 이르기를 인생 나이 60은 이순(耳順)이라 하여, 듣는 대로 이해하고, ..

삶의 이야기 2019.05.30

부부의 날에

세상 나이 예순 하나 쯤에 (2) [부부의 날에] 5월 21일, 부부의 날은 가정의 달에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가 담긴 국가 기념일이다. 한 민간단체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자는 뜻으로 청원하여, 2007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정되었다고 한다. 부부의 날은 다른 기념일에 비해 역사도 짧고 사회적 이슈도 미미하다. 하지만 국가나 사회 구성원은 물론 가정에서도 부부보다 더 소중한 인간관계는 없을 것 같다. 작가 최명희 님이 쓴 혼불 본문에 의하면, "부부(夫婦)라 함은 전생(前生)과 금생(今生), 그리고 내생(來生)에까지 이어진 인연이 지극하여 끊어질 수 없는 사이를 삼생연분(三生緣分)인 즉, 부부라." 쓰여있다. 또, "내외간의 정이란 것이 열 살 줄에는 몰라서 살고, 스..

삶의 이야기 2019.05.21

환갑이라

세상 나이 예순 하나 쯤에(1) [환갑이라] 오십여 년 전에는 환갑이면 큰 어른으로 집안 잔치와 마을에서는 큰 경사였다. 또 이십여 년 전에는 환갑둥이 들이 환갑여행으로 해외에 나가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지금은 환갑이라는 이유로 여행하기도 부끄러운 시대에 와 있다. 환갑 나이가 청춘이라는 말처럼 오십 년 만에 평균 수명이 20년은 늘어난 셈이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여생(餘生)도 길다. 지난 30년은 부모님 뜻으로 얼떨결에 살았고, 또 30년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 남겨진 30년은 나를 위해 어떻게 쓸까? 내 몫인 것을...^^ 2019. 5. 8 아름드리 경철.

삶의 이야기 201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