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아파트 단지가 아침부터 분주했다. 커다란 사다리차가 윙윙거리며 이삿짐을 나르고 있었다. 누군가 정든 이곳을 떠나 새로운 터전으로 향하는 모양이었다.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그날 오후 분리수거장 앞에 멈춰 선 내 시선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폐가구들이 스티커를 한 장씩 붙인 채 야적장에 덩그러니 쌓여 있었다. 그 옆, 재활용 상자들이 모이는 곳에 진청색 벨벳으로 감싼 패 케이스 네 개가 포개져 있었다. 훈장이나 감사패, 혹은 명예로운 공로패가 담겨 있었을 상자들이었다. 차마 그것들을 열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남의 삶의 가장 빛나던 순간을 훔쳐보는 것만 같아 조심스레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와 읽던 책을 덮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그 네 개의 상자로 가득 찼다. '그 패의 주인은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