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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추억

어리 보리한 농부 아닌 농부가 있다. 그 게으른 농부는 장마철에 때 늦은 장마 설거지를 한다. 낮시간 뭐가 바빳는지 못하고 늦은 시간에 허겁지겁 끝내고, 먹다 남은 아메리카노 한 모금 넘기니, 들리지 않았던 자연 소리에 옛 추억이 주마등처럼 훑고 지나간다.그러니까, 오십여 년 전, 아니 정확히 오십오 년 전 오늘 같은 날, 초등학교 시절.며칠째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오후.얼기미와 주전자를 들고 평소 송사리가 모여 살았던 논 웅덩이로 달려갔다.흙탕물로 변해버린 웅덩이에서 얼마 전 보았던 송사리를 잡으려고 얼기미를 수 차래 떨쳐 보았지만 허사였다.오기인지 욕심인지 논 수로가 모이는 도랑을 찾아 대어를 만난 어부처럼 "첨벙" 들어가는데, 미끈덕! 넘어지고 말았다.아뿔싸, 한 손에 들고 있던 주전자가 저 앞에 ..

故鄕이야기 2024.07.06

건강한 우리 사회

어제, 두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친구들을 만나 주 사랑을 마음 깊이 받고, 20여 분 기다리다 집에 갈 택시에 올랐다.멀지 않은 거리, 가벼운 대화가 오갔다.보름 전, 하루 일과가 끝나는 오후 6시 대전 대흥동 거리에서 담배를 물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을 본 소감을 혀를 차며 이야기하니, 두세 살 연하인 듯한 택시 승무원이 이해불가 경험담을 이야기한다.뒤이어 오늘 경험한 이야기에, 아직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살만하다고 일치를 본다.이야기 인즉, 점심때쯤 대전 둔산동에서 육십 대 중년 부인이 택시를 세운 뒤 일만 원을 건내며 80대 노할머니를 멀지 않은 모 아파트에 모실것 을 안내받았단다.잠깐 알고 보니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치매가 있는 할머니를 중년 부인의 사비로 모셔달라는 부탁이었다.그 마음을 알고 택시..

삶의 이야기 2024.06.26

삶이란

얼마 전, 2018년에 제작한 다큐멘터리 '무문관'을 웨이브에서 보았다. 무문관이란 중국 남송 중기 때 무문 혜개 선사가 쓴 무문관이라는 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본 다큐멘터리 무문관 수행은 전국 사찰의 스님 중 신청하신 열한 분이, 4면이 벽인 한평 반쯤 되는 방과 사 면이 담으로 막혀있는 두 평쯤 되는 뒤뜰 안에서, 방문에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각각 1,000일을 벽면만 바라보고 길을 찾기위해 참선한다. 1,000일 동안 바깥세상과 통하는 문은 하루에 한 번 밥그릇을 넣고 빼는 공양구가 유일하고, 의사소통은 그때 말이 아닌 글로 주고받을 뿐이다. 그래서 선방 안에서 스님들의 생활은 알 수 없으나 독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묵언으로 벽면참선, 즉 눕지 않고 자지 않는 용맹정진한다는 해설이다. 불가..

삶의 이야기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