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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례 문화

​어제 가까운 지인 부친상에 다녀왔다. 장례는 생소한 수목장으로 모셨다. 요즘에는 장례 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제례 문화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고 있다. 제례, 즉 제사 문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조상숭배 이념에서 시작되었으니 태초부터 시작하여 방법이나 형식이 시대마다 변했고, 근래의 제사 문화는 갑오경장(1894) 이후로 보고 있다. 제사에 관련한 일화 한토막이다. 조선시대 청백리로 손꼽는 황희(1363~1452) 정승이 관직을 그만두고 낙향했을 때, 어느 날 황희 정승에게 동네 사람이 찾아왔다. "정승 어른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 무언가? 말해보게." "오늘이 아버님 기일이라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아들 녀석이 몹시 아파서 안사람이 ..

삶의 이야기 2022.12.14

낙엽

아침 산책길, 그다지 높지 않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매일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옆으로, 수북히 쌓인 낙엽을 보니 불현듯 옛생각에 졌는다. 나뭇잎은 이른 봄부터 피어나 한여름에 햇빛을 바라보며 나무 성장을 돕고, 긴 장마와 태풍을 견뎌 가을에는 열매를 여물게 한다. 모진 나뭇잎도 요즘같은 계절에는 모든 욕심 다 버리고 땅 위에 떨군다. 지금과 달리 농촌에서는 취사나 난방용으로 땔감을 농산 부산물이나 낙엽. 화목을 주로 썼다. 그중 낙엽은 불쏘시개로 없어서는 안 될 땔감으로 사용했다. 청소년 시기가 막 지난 시절, 마을 뒤 민둥산에는 숲도 없거니와 그나마 있는 나무 밑에는 갈퀴 자국만 있을 뿐 땔감용 낙엽 구하기가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몸에 베지 않은 지게를 지고 땔감을 찾아 마을 앞 먼..

故鄕이야기 2022.12.03

내 얼굴

누구나 아침이면 늘 하는 세수.나 또한 밤송이처럼 자란 수염까지 깍고, 수건으로 이마부터 물기를 닦아 내릴 때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싱그럽다.그렇다고 내가 청춘도 아니고, 미남으 더더욱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내 얼굴이 잘 생겼다거나,아니면 멋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하물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쁘다 던데,나를 낳아 길러주신 어머니에게도 듣지 못했다.그래서 평소 거울보기 달갑지 않고 사진 찍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이 지난 지 오래되었고,뜯는 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이순(耳順)의 나이도 지났건만,오늘따라 경망스럽게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믈 한 살 청신한 얼굴 같다.아니, 설렘 가득한 소년 같다. 내 고향 느러리 마을에 열네 명의 친구들..

故鄕이야기 2022.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