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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家族愛)

오래전 파산 직전인 크라이슬러 자동차 회사를 기적적으로 재건시킨 리 아이아코카(Lee Iacocca)(1924~2019)는 자서전을 통해 '가족애'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21세에 포드 자동차 회사에 입사해 젊음과 열정을 바쳤고, 포드의 명차 '머스탱'을 개발해 회사에 엄청난 흑자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그가 54세가 되던 해, 회장직에서 창고 건물 한 귀퉁이로 옮겨지는 수치를 당하며 정리 해고됐다. 배신감과 증오에 몸을 떨며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 그의 가족들도 함께 그 고통을 느꼈지만 아내 '메리'는 오히려 더 가정에 집중했다고 한다. 가족들의 마음이 전달됐는지 그는 재기의 기회로 파산 직전의 크라이슬러사를 인수했다.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뒤 수많은 시련에 시달렸지만, 결국 5년 만에 ..

삶의 이야기 2022.09.05

날궂이 하던 날

여름 비인지 가을 비인지 모를 비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오늘 같은 날, 날궂이 하기 딱 좋은 날이다. 비가 그치는 틈을 타서 얼개미(얼기미), 소쿠리와 주전자를 하나씩 들고 벼이삭이 막 패기 시작하는 논, 물꼬로 달려갔다. 윗 논에서 내려오는 흙탕물로 인해서 인기척을 모를 때, 수풀 쪽에 얼개미를 대고 반대쪽에서 발장구를 치며 몰아가서 얼개미를 빠르게 들어 올리면, 빗물에 좋아라 하던 송사리 미꾸라지 붕어 등이 잡히곤 했다. 물꼬를 서너 군대 찾아다니며 고기잡이에 빠지다 보면 주전자에 물 반 고기 반이 차 있었고, 걷어 올린 잠방이나 까무잡잡한 런닝구가 흙탕물과 빗물에 졌은 것은 그때서야 알았다. 우비나 우산이 변변히 없던 시절. 오늘 같은 비를 맞으며 물고기 잡이를 하고 난 후에 ..

故鄕이야기 2022.08.31

봉숭아 꽃물

초등학교 학사 일정표를 보니 긴긴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시기이다. 이만 때 난처했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고향집 뒤켠 장꽝(장독대)에 이러저러한 단지. 항아리가 있었고, 그 옆으로 조그마한 꽃밭에 채송화. 나리꽃. 꽈리 꽃이 있고, 장꽝 쪽에는 봉숭아 붉은 꽃이 피어있었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매년 여름방학이면 어머니는 봉숭아 꽃과 잎 그리고 백반을 돌절구에 빠아서 누나들 손톱에 물을 들여 주셨다. 그때마다 나는 특별히 이쁘다는 느낌이나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해인가(3, 4학년쯤) 물들이는 누나들이 꼬드겨서 내 손톱 약지와 새끼손가락에도 봉숭아 꽃잎을 싼 비닐을 실로 묶고 하루 밤을 지냈다. 아침에 비닐을 벗기니 손가락까지 벌겋게 물들 봉숭아 물, 아뿔싸! 여자들의 전유물..

故鄕이야기 202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