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참 술이란

아름드리 블로그 2019. 8. 10. 10:44

세상 나이 예순 하나 쯤에(7) 

 

 

[참 술이란]

아직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여름,
말복을 하루 앞둔 오늘,
백운산 덕동계곡에서 죽마지우 4인방(종진이. 무열이. 헌병이. 나)

아니, 부부동반을 하였으니 8인방이 오랜만에 만났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접어드는 환갑둥이 들이 재회한 이 좋은 날,
술이 없으면 어찌하리!

술은 기호식품이지만 예부터 모든 식품 중에 으뜸으로 알려져 왔다.
용도도 다양하여 관혼상제와 같은 의례적인 행사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여러 경우에 술이 빠지지 않고 제일 먼저 소중하게 사용했다.

그래서 인가,
어느 문장가는 '술은 신의 눈물이요, 불멸의 신약(新藥)이라' 일컬었다.

그러나 소중한 만큼 다른 음식과 다르게 섭취할 때에는 많은 주법이 따랐다.

그중 하나가 주량을 꼽았으니,
술은 "일불(一不). 삼소(三少). 오의(五宜). 칠과(七過)"라 하여,

한 잔 술로 끝나는 법이 없고, 세잔 가지고는 부족하며 다섯 잔이라야 알맞되,

일곱 잔이면 과음을 하니 먹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오늘,
사위 몫으로 현지에서 키워온 씨암탉에 부산에서 공수한 싱싱한 해산물.

대전에서 재배한 과일과 채소들, 그리고 서울에서 내려온 명주가 코끝을 유혹하니

칠과(七過)이면 어떠하리.

심산유곡 흐르는 물결에 발 담그고, 권커니 잣거니 몇 순배(巡杯) 돌자,

개구쟁이 시절 이야기부터 갈수록 어두운 국내, 외 정세 걱정과 가정사

그리고 건강 이야기로 끝이 나는 걸 보면,

세상 나이 예순 하나쯤이 되어야 술맛을 아는 것 같다.

오늘 이 시간만큼은 이백(李白). 송강(松江)이 부럽지 않으니,

앞으로 우리 깨복쟁이 친구들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고,

나이만 먹었으면 하는 바람을 술잔에 담는다.

2019. 8. 10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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