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이 묻어나는 선짓국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드넓은 황금 들판과 다랑논 밭까지 추수가 끝나고, 텃밭에 무 배추 수확해서 김장하고 나면 기나긴 농한기에 들어간다. 그때쯤 고향 들판은 황량하게 변해 있지만, 집에는 지난여름, 가을 수확한 농작물이 토광, 통괄이에 가득하고 광에는 자루. 소쿠리. 단지마다 가득하게 담겨 있다. 농번기에 찾지 않았던 황아장수들이 이 무렵 한가한 고향에 찾기 시작한다. 여자들에게 소용(所用)되는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방물장수, 옷가지나 피륙을 보자기에 싸서 다니는 보따리 장사, 항아리 몇 개를 아슬아슬하게 서커스 묘기처럼 지게에 지고 다니는 단지 장수와 생선을 나무 상자에 서너 쾌를 지고 다니는 생선 장수, 그리고 함석 양동이에 간 천엽에 선지를 한가득 머리에 이고 다니는 선지 장사 아주머니를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