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鄕이야기 70

나의 첫사랑, 짝사랑 & 풋사랑

어제 후배들 졸업식 소식을 접하니, 44년 전 내가 중학교 졸업할 때 시절이 불현듯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낯선 친구들 반, 눈에 익은 친구들 절반이 한 학년, 단일 반이 되어 중학생활이 시작됐다. 당시 중학교 교실은 단일 건물에 단층으로 복도 쪽에 남학생(머슴아)들 책상이 세 줄, 창가 쪽으로 여학생(가시나)들이 두 줄로 줄지어져, 3년간 같은 반으로 잠재적인 끼와 진로탐구를 배우고 익혔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중학생활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언제쯤일까? 창가 쪽 책상에서 재잘거리는 친구 하나가 나도 모르게 눈에 밟혔다. 그 누가 말했나, 인연은 주어지는 게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부정하고 싶다. 내 눈에 박인 친구는 누구의 도움이나,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내 마음..

故鄕이야기 2019.01.11

금성초등학교 개교 70년사

고향의 변화에 따른 모교의 변화 명산, 계룡의 정기가 동쪽으로 이어져 금병산에 이르고, 그 아래 파도 무늬처럼 펼쳐진 산내들(山川野)을 지나 넓은 분지에 야트막한 산이 성처럼 둘러싸인 중앙으로 낮게 솟아오른 둔덕에 금성초등학교(錦城初等學校)가 자리한다. 개교 70년, 민족의 격동기를 지나 경제 성장기와 민주화를 거치고 지금의 최첨단 시기까지 고향은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에 못지않게 모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60~70년대 만여 명이 넘던 탄동면 인구가 80년대 중 후반에는 이천여 명으로 감소했다. 또한 60년대 후반에 한 기수(期數)에 200여 명 가까이 졸업한 모교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는 한 기수에 5~6명이 졸업하는 위기에 빠져, 폐교(廢校) 직전까지 몰린 때가 있었다. 이에 여러 ..

故鄕이야기 2019.01.01

산 토끼몰이하던 12월

내 고향 느러리 마을은 높은 산이나 넓은 들, 깊은 내(川)가 없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하지만, 봄에는 너른 청룡 밭 창공에 종다리 노랫소리 들리고, 여름에는 분둣골에서 자라는 참외. 수박 맛을 음미하며, 가을에는 동안들에 누렇게 익어가는 볏 잎 빛을 바라보고, 겨울에는 길고 긴 동둑길에 차거운 눈보라 피부에 스치는 사계절 멋이 어우러진 마을이 느러리 마을이다. 그 느러리 마을에서 남쪽으로 작은 동네가 새뜸이고, 그 새뜸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십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새뜸마을 남서방향 정면으로 600m 남짓한 곳에, 높이가 150m쯤 되는 산이 있고, 그 앞으로 십여 채 마을 호박골 있었다. 내 얼굴은 내가 못 보듯이 눈을 뜨면 우리 마을보다 호박골 뒷산이 보이고, 그 아래 아침저녁으로 ..

故鄕이야기 2018.12.26

사슴벌레 잡던 칠월

[사슴벌레 잡던 칠월] 칠월, 삼라만상이 제일 왕성하게 생육하는 시기가 7월이다. 동, 식물은 물론 우주 기운도 7월이 세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7월에 가장 활발하다. 대전 근교 만인산 휴양림, 모처럼 아내와 참나무 숲 울창한 밴취에 앉아 사색을 즐기는데, 참나무 둥지를 오르다 제 힘에 못 이겨 나뒹구는 쇠똥구리를 보니, 파노라마처럼 옛 생각이 스친다. 내 고향 느러리 마을 뒤 야트마한 산이 있고, 그 산에는 참나무가 많았다. 참나무 높이는 가늠할 수 없고, 둘레는 한아름이 넘었다. 참나무 윗 가지는 생장점을 찾아 하늘로 오르고, 아래 굵은 둥지는 양분을 찾아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토양과 동식물, 특히 곤충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 많은 곤충 중에는 큰 턱이 사슴뿔처럼 생긴 사슴벌레가 있었..

故鄕이야기 2018.07.02

고사리 손도 빌리는 유월

[고사리 손도 빌리는 유월] 깐깐오월 미끈유월이라는 속담처럼 유월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아, 지나가는 줄도 모르게 지나가기에 농가에서는 가장 바쁜 달이 유월이다. 보리를 베고 나서 모내기를 하는 2모작 시절.... 흙바람 벽에 달력은 이제 유월이 시작되는데, 한낮 더위는 한여름 같은 어느 일요일. 나는 누나들 틈에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으로 간다.어느새 아버지와 어머니는 대여섯 두렁의 보리를 베시고 재잘거리는 소리에 허리를 펴고 반기신다. 날씨만큼이나 메마른 보리밭, 어른 반 몫을 하는 누나들과 달리, 나는 부러진 보리 이삭을 주우러 이리저리 종종거리지만 껄끄럽기만 한 보리 이삭은 손에 쥐어지지 않고, 둥구나무 아래에서 다마(구슬) 치기 하며 놀고 있을 동무들 생각에 잔뜩 심통이 난다. "웨째, 아부지는 ..

故鄕이야기 2018.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