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후배들 졸업식 소식을 접하니,
44년 전 내가 중학교 졸업할 때 시절이 불현듯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낯선 친구들 반, 눈에 익은 친구들 절반이 한 학년, 단일 반이 되어 중학생활이 시작됐다.
당시 중학교 교실은 단일 건물에 단층으로 복도 쪽에 남학생(머슴아)들 책상이 세 줄,
창가 쪽으로 여학생(가시나)들이 두 줄로 줄지어져,
3년간 같은 반으로 잠재적인 끼와 진로탐구를 배우고 익혔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중학생활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언제쯤일까?
창가 쪽 책상에서 재잘거리는 친구 하나가 나도 모르게 눈에 밟혔다.
그 누가 말했나, 인연은 주어지는 게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부정하고 싶다.
내 눈에 박인 친구는 누구의 도움이나,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내 마음을 이끌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가 창가에서 친구들과 웃고 재잘거리면 나 때문에 웃는 것처럼 좋았고,
또 혼자 조용히 있으면 내가 잘못해서 마음이 아픈것 처럼 내 마음이 아팠다.
그 당시 2학년 음악시간에 배운 그집앞 노래 가사말은 나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이 처럼 좋았던 마음과 아픈 마음은 한 교실 60여 명 친구 중
나만 알고, 나 홀로 앓고 있는 병이었다.
이렇듯 가슴앓이만 하고 3학년 긴 겨울방학을 마치면서 졸업을 하였다.
말 한마디 하지도 못하고, 또 눈길 한 번 주지도 받지도 못한 체, 이제는 언제 볼지 모르는 나의 첫 친구...
몇 날 며칠을 울렁거리는 마음을 잠재우며 첫 글을 썼다.
'순수한 내 마음을 우체부 아저씨가 잘 전해줄까?
아니면, 내 마음을 읽고 내 친구는 어찌할까?'
어디서 용기가 나왔는지 내 마음을 우체통 안에 넣었다.
짧기만 한 2월은 길었다.
긴 시간 중 열흘쯤 지난 어느 날,
습자지에 곱게 쓴 친구의 답장이 왔다.
먼저 열어본 큰 누님의 조롱을 받으며 콩 딱 거리는 가슴으로 읽었다.
너무 설레어 두둥실 구름을 타고 오르는 것처럼 좋았다.
그 뒤 우리는 서너 번 더 편지를 오갔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친구와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 바빴고, 그로 인하여 서신 왕래도 하지 못했다.
첫 편지를 주고받은 지 꼭 사십사 년이 지났다.
예나 지금이나 소심한 나는 친구의 손 목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제 친구와 나는 인생 육십 줄이 넘어, 친구는 화목한 가정에서 손주의 재롱에 푹 빠져있고,
나는 아들 둘을 둔 가장으로 아내의 심부름에 빠져 살고 있다.
2019. 1. 11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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