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생애 네 번째 보금자리를 옮기고 습관 하나가 생겼다.
아침 출근길이면 어김없이 바라보는 산, 금병산이다.
금병산은 우리나라 10대 명산도 아니고, 100대 명산도 아니다.
그럼에도 출근길 300m 구간 정 좌측, 10km 떨어진 곳에 금병산 12봉이 보이면,
나는 마력처럼 고개를 돌려 짧은 시간 바라보며 액셀 페달을 밟는다.
오늘따라 바람 한점 없이 금병산이 해맑다.
하지만 항상 해맑은 것은 아니다.
흰 눈이 수북이 온 아침에는 흰 병풍처럼 보이고,
안개 자욱한 날에는 안개에 묻혀 못 볼 때도 있다.
언젠가는 찻장에 흐르는 봄비 때문에 수채화로 보이기도 한다.
어린 시절,
사계절 우리 곁에 있었던 산.
봄에는 언니, 누나 얼굴만큼 화사한 진달래 꽃이 등성이마다 피어나는 산, 여름이면 높푸른 녹음이 아버지 닮아 부지런히 숲을 이루는 산, 가을이면 마음 넉넉한 할머니처럼 숯골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던 산, 눈보라 치는 추운 겨울에는 엄마의 따스한 품처럼 북풍을 막아주던 산이 금병산이다.('내 고향 숯골' 본문 중에서...)
눈만 뜨면 바라보았던 금병산을 오른 지 십여 년이 넘었다.
매일 아침 멀리서 안부만 묻고 지나가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2022년 5월 17일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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