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야채샐러드에 썰어 놓은 딸기
반 쪽을 베어 물으니 딸기 향과 함께 옛 추억이 묻어난다.
지금이야 야채. 과일을 계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지만, 오십여 년 전에는 제 철에만 맛볼 수 있었다.
오십 년 전, 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어느 토요일.
탄동국민학교에서 입학한 친구들과 금성국민학교에서 입학한 친구들이 중학교 생활을 두 달 정도 하면서 약간은 서먹서먹한 사이가 남아 있을 무렵, 관평리 동화울로 친구 따라 놀러 가기로 했다.
관평리는 행정구역이 옛 구즉면이기 때문에 관평리가 있다는 것을 두 달 전에 알았으니, 동화울 마을이 낯설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아무튼 친구들 셋이 관평 친구들에 이끌려 신영이네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밤이 되어 어설픈 횃불을 들고 관평천 하구, 갑천변으로 고기잡이를 간 기억이 난다.
의기양양하게 고기잡이 갔다가 고기 구경도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딸기 밭을 보자마자 고기를 못 잡은 심통으로 딸기를 한 움큼씩 따서 반은 익지 않아 버리고, 어둠 속에서도 잘 익은 딸기는 입안 가득 풍미를 물고 돌아왔다.
돌아와 어떻게 잤는지 모르지만 소피를 보려고 새벽 일찍 일어난 친구의 집.
이국적일 만큼 낯설었다.
사실 어린이 티가 막 지나고 사춘기가 오기 전, 부모님의 손길을 떠나 처음 외박을 했으니, 인기척 없는 새벽은 더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먼 통학 거리를 하루같이 다녔던 관평리에는 남자나 여자 친구들도 많았다. 한 문중이 세거 하면서 같은 항열이 많았던 관평리 친구들과 서먹한 마음이 없어지면서 더 돈독하게 중학 생활을 했다.
아련한 추억을 쌓았던 친구들 얼굴을 마주한 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기성. 기영. 영의. 석영. 신영. 향영이 친구들이 불현듯 보고 싶어 진다.
2022. 5. 26.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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