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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미학

세상 나이 예순 하나 쯤에 (3) [ 비움의 미학 ] 취미와 운동을 겸해서 수영을 한 지 공백 기간을 합쳐 25년이 됐다. 어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원끼리 역영을 하는데, 지난달 막 올라온 40대 회원이 답답하다고, 빨리 가라고 내 발을 건든다. '어라~ 내가 한때는 동호회 전설로 통했는데...' 자존심과 오기로 추월을 주지 않고 사력을 다해 보란 듯이 역영(力泳)을 했다. 사력을 다한 역영으로 내 몸은 바로 반응이 왔다. 손발은 후들후들 떨리고, 숨소리는 수영장에 메아리치고, 천정에 있는 불빛은 빙빙 돌았다. 내가 어리석음을 깨닫기는 그리 멀지 않았다. 탈의실 거울 앞에 깊은 숨을 몰아쉬는 육십 대 중년이 서 있었다. 공자가 이르기를 인생 나이 60은 이순(耳順)이라 하여, 듣는 대로 이해하고, ..

삶의 이야기 2019.05.30

부부의 날에

세상 나이 예순 하나 쯤에 (2) [부부의 날에] 5월 21일, 부부의 날은 가정의 달에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가 담긴 국가 기념일이다. 한 민간단체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자는 뜻으로 청원하여, 2007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정되었다고 한다. 부부의 날은 다른 기념일에 비해 역사도 짧고 사회적 이슈도 미미하다. 하지만 국가나 사회 구성원은 물론 가정에서도 부부보다 더 소중한 인간관계는 없을 것 같다. 작가 최명희 님이 쓴 혼불 본문에 의하면, "부부(夫婦)라 함은 전생(前生)과 금생(今生), 그리고 내생(來生)에까지 이어진 인연이 지극하여 끊어질 수 없는 사이를 삼생연분(三生緣分)인 즉, 부부라." 쓰여있다. 또, "내외간의 정이란 것이 열 살 줄에는 몰라서 살고, 스..

삶의 이야기 2019.05.21

환갑이라

세상 나이 예순 하나 쯤에(1) [환갑이라] 오십여 년 전에는 환갑이면 큰 어른으로 집안 잔치와 마을에서는 큰 경사였다. 또 이십여 년 전에는 환갑둥이 들이 환갑여행으로 해외에 나가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지금은 환갑이라는 이유로 여행하기도 부끄러운 시대에 와 있다. 환갑 나이가 청춘이라는 말처럼 오십 년 만에 평균 수명이 20년은 늘어난 셈이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여생(餘生)도 길다. 지난 30년은 부모님 뜻으로 얼떨결에 살았고, 또 30년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 남겨진 30년은 나를 위해 어떻게 쓸까? 내 몫인 것을...^^ 2019. 5. 8 아름드리 경철.

삶의 이야기 2019.05.08

나의 첫사랑, 짝사랑 & 풋사랑

어제 후배들 졸업식 소식을 접하니, 44년 전 내가 중학교 졸업할 때 시절이 불현듯 내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낯선 친구들 반, 눈에 익은 친구들 절반이 한 학년, 단일 반이 되어 중학생활이 시작됐다. 당시 중학교 교실은 단일 건물에 단층으로 복도 쪽에 남학생(머슴아)들 책상이 세 줄, 창가 쪽으로 여학생(가시나)들이 두 줄로 줄지어져, 3년간 같은 반으로 잠재적인 끼와 진로탐구를 배우고 익혔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중학생활 1학년을 마치고, 2학년 언제쯤일까? 창가 쪽 책상에서 재잘거리는 친구 하나가 나도 모르게 눈에 밟혔다. 그 누가 말했나, 인연은 주어지는 게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부정하고 싶다. 내 눈에 박인 친구는 누구의 도움이나,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내 마음..

故鄕이야기 2019.01.11

금성초등학교 개교 70년사

고향의 변화에 따른 모교의 변화 명산, 계룡의 정기가 동쪽으로 이어져 금병산에 이르고, 그 아래 파도 무늬처럼 펼쳐진 산내들(山川野)을 지나 넓은 분지에 야트막한 산이 성처럼 둘러싸인 중앙으로 낮게 솟아오른 둔덕에 금성초등학교(錦城初等學校)가 자리한다. 개교 70년, 민족의 격동기를 지나 경제 성장기와 민주화를 거치고 지금의 최첨단 시기까지 고향은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에 못지않게 모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60~70년대 만여 명이 넘던 탄동면 인구가 80년대 중 후반에는 이천여 명으로 감소했다. 또한 60년대 후반에 한 기수(期數)에 200여 명 가까이 졸업한 모교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는 한 기수에 5~6명이 졸업하는 위기에 빠져, 폐교(廢校) 직전까지 몰린 때가 있었다. 이에 여러 ..

故鄕이야기 201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