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느러리 마을은 높은 산이나 넓은 들, 깊은 내(川)가 없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하지만, 봄에는 너른 청룡 밭 창공에 종다리 노랫소리 들리고, 여름에는 분둣골에서 자라는 참외. 수박 맛을 음미하며, 가을에는 동안들에 누렇게 익어가는 볏 잎 빛을 바라보고, 겨울에는 길고 긴 동둑길에 차거운 눈보라 피부에 스치는 사계절 멋이 어우러진 마을이 느러리 마을이다. 그 느러리 마을에서 남쪽으로 작은 동네가 새뜸이고, 그 새뜸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십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새뜸마을 남서방향 정면으로 600m 남짓한 곳에, 높이가 150m쯤 되는 산이 있고, 그 앞으로 십여 채 마을 호박골 있었다. 내 얼굴은 내가 못 보듯이 눈을 뜨면 우리 마을보다 호박골 뒷산이 보이고, 그 아래 아침저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