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결혼 35주년에

아름드리 블로그 2021. 12. 29. 20:57

오늘이 아내와 혼인 가약을 맺고 부부가 된 지 35년이 된 날이다.
결혼 35주년은 일명 산호혼식(珊瑚婚式)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결혼하기 전 5년을 교제하였으니, 아내를 만난 지 40년이 흘렀다. 40년이라는 세월은 나나 아내나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 만남에 얼굴도 못 들고,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이던 아내는, 자칭 주부 9단이라는 명예에 걸맞게 7대 종부로 집안 대소사를 척척 해나가면서 문중에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늦은 시간까지 주(酒) 사랑에 빠진 나에게 건강을 해친다는 명목으로 서릿발 같은 귀가 호출이 떨어진다.
때론 밤새워 같이 일한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밥상을 차리는 아내의 모습은 거룩하다.
하지만 늦은 밤 TV 보고 있는 내게 셋 셀 동안 끄지 않으면 가만 안 두겠다고 엄포를 놓는 아내는 무섭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사와 마귀를 넘나든다.
아마도 결혼 35년 동안 다져온 진리가 아닌가 싶다.

요즘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태학적으로 마흔다섯 살이 넘으면, 남자는 사리 판단이 흐려지고 여자는 밝아진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나 또한 전문적인 지식 외에는 아내의 지혜가 더 많을 때가 더 빈번해지는 것을 느낀다.

가끔 자존감에 객기(客氣)를 부려서 내 의지로 밀어붙이면 결과는 아내의 예측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가정생활의 결정에서 매번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백세시대에 결혼 35주년은 대수롭지 않다. 앞으로 줄 잡아 35년은 더 몸과 마음을 같이 가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내와 삶의 변곡점에서 지나온 삶보다 더 나은 삶을 그릴 때가 오늘이 아닌가 싶다.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깨동무 친구  (0) 2022.04.13
대통령의 조건  (0) 2022.02.07
소중한 만남  (0) 2021.10.20
한비자 리더십-임재성 지음  (0) 2021.09.17
놀지 말고 쉬자  (0) 2021.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