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들♡
사람은 인연 속에 살아간다.
나 또한 육십 중반을 넘게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가물가물 하고 기억도 잊힌 사람들이 많다.
그중 죽을 때까지 호형호제하며 살 것 같았던 지인도, 삶의 기로에서 허덕이다 보니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뜬금없이 안부 전화라도 하고 싶어도 연락할 길이 없고, 설상 연락처가 있어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초등학교 친구는 다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꼭 52년이 지났고, 동창회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난 지 19년이 넘었다.
그동안 동창생들을 다 만난 것은 아니지만, 반세기 동안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지역이 달라도 어색하지 않다. 긴 방학이 끝나고 개학날 만난 느낌이다.
왜 그럴까?
아마도 철들기 전에 만났다 헤어진 친구들이 개구쟁이의 추억을 고소라니 잠재하고 있어서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회적 지위나 경제가 달라도 만나면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이 초등학교 친구다. 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어도 스스럼없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게 초등학교 친구다.
아무튼 생뚱맞게 전화해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줄 친구, 그런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동기가 동창회임에는 틀림없다. 이 소중한 동창회를 창립한 지 20년이 가까워진다.
그동안 우리 동창회를 결성할 때부터 늘 같이하는 친구, 결성 초기에 열의를 다 했다가 지금은 얼굴이 멀어진 친구, 결성 초기에는 같이 못했지만 지금 너무 가까워진 친구, 마음은 있어도 한 번도 같이 못했던 친구들 모두가 금성초등학교 23회 동창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동창회가 없어도, 참여를 안 해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또 동창회에서 물질적으로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동창회에 참여하는 것은 무엇일까?
추억이란, 인간의 진정한 재산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추억을 얻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추억은 들추면 들출수록 많아지고 생생해진다. 그리고 동질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이 우리 동창회도 언제까지 존속될지 모른다. 아니, 존속되더라도 친구들의 건강. 경제. 생각에 따라서 참여를 못할 수 있다.
엊그제 봄 새싹이 움트는가 싶더니, 어느새 강산이 주홍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우리가 원치 않아도 세월은 흘러간다. 그 흘러가는 세월과 더불어 흘러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멋는다.
아름드리 류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