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침이면 늘 하는 세수.
나 또한 밤송이처럼 자란 수염까지 깍고,
수건으로 이마부터 물기를 닦아 내릴 때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싱그럽다.
그렇다고 내가 청춘도 아니고, 미남으 더더욱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내 얼굴이 잘 생겼다거나,
아니면 멋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하물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쁘다 던데,
나를 낳아 길러주신 어머니에게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 평소 거울보기 달갑지 않고 사진 찍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이 지난 지 오래되었고,
뜯는 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이순(耳順)의 나이도 지났건만,
오늘따라 경망스럽게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믈 한 살 청신한 얼굴 같다.
아니, 설렘 가득한 소년 같다.
내 고향 느러리 마을에 열네 명의 친구들이 앞서거이 뒤서거니 태어났다.
대나무 말도 타고 소꿉놀이도 하며 학교를 같이 다녔다.
성장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서로 다른 길을 찾아 헤어졌다.
아늘의 뜻인지 둘은 일찍이 유명을 달리하고,
열두 친구가 오늘 오랜만에 어렵게 만나는 날이다.
그러니 내 얼굴이 청신하지 않고 설렘이 없으랴!
그래서 나는 나이 값을 못하는 내 얼굴이 난 좋다.
가을 햇살 좋은 날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