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鄕이야기

낙엽

아름드리 블로그 2022. 12. 3. 11:13

아침 산책길,

그다지 높지 않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매일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옆으로, 

수북히 쌓인 낙엽을 보니 불현듯 옛생각에 졌는다.

 

 

나뭇잎은 이른 봄부터 피어나 한여름에 햇빛을 바라보며 나무 성장을 돕고, 

긴 장마와 태풍을 견뎌 가을에는 열매를 여물게 한다.

모진 나뭇잎도 요즘같은 계절에는 모든 욕심 다 버리고 땅 위에 떨군다.

 

지금과 달리 농촌에서는 취사나 난방용으로

땔감을 농산 부산물이나 낙엽. 화목을 주로 썼다.

그중 낙엽은 불쏘시개로 없어서는 안 될 땔감으로 사용했다.

 

청소년 시기가 막 지난 시절,

마을 뒤 민둥산에는 숲도 없거니와 그나마 있는 나무 밑에는

갈퀴 자국만 있을 뿐 땔감용 낙엽 구하기가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몸에 베지 않은 지게를 지고 땔감을 찾아

마을 앞 먼 중방이 앞산으로 나섰다.

 

손에 익지 않은 낫과 갈퀴,

그래도 마른 솔잎과 가랑잎이 적절히 섞인 땔감을 그러 모아

지게 바소쿠리에 한가득 지고 내려오는데,

서투른 지게질에 나무 그루터기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애꿎은 그루터기 탓만 하며

주섬주섬 지게에 다시 실고 오는 길은 멀고도 무거웠다.

하지만 메고 와서 나뭇 간에 부려 놓으면서 스스로 만족감에 빠지기도 했다.

 

짧은 세월이지만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좋은 땔감을 찾았던 옛 시절이 그립다.

 

요즘은 쌓인 낙엽으로 양질의 토양을 만들어 숲이 더 울창해졌다.

그런가 하면 산불화재 시에는 쌓인 낙엽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아무튼 낙엽은 낭만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누구에게는 쓸어도 끝이 없는 청소의 대상이다.

 

이제 차가운 겨울이 다가온다.

모두가 몸도 마음도 따뜻한 겨울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2022년 겨울 초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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