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인지 가을 비인지 모를 비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오늘 같은 날, 날궂이 하기 딱 좋은 날이다.
비가 그치는 틈을 타서 얼개미(얼기미), 소쿠리와 주전자를 하나씩 들고
벼이삭이 막 패기 시작하는 논, 물꼬로 달려갔다.
윗 논에서 내려오는 흙탕물로 인해서 인기척을 모를 때,
수풀 쪽에 얼개미를 대고 반대쪽에서 발장구를 치며 몰아가서
얼개미를 빠르게 들어 올리면,
빗물에 좋아라 하던 송사리 미꾸라지 붕어 등이 잡히곤 했다.
물꼬를 서너 군대 찾아다니며 고기잡이에 빠지다 보면
주전자에 물 반 고기 반이 차 있었고,
걷어 올린 잠방이나 까무잡잡한 런닝구가
흙탕물과 빗물에 졌은 것은 그때서야 알았다.
우비나 우산이 변변히 없던 시절.
오늘 같은 비를 맞으며 물고기 잡이를 하고 난 후에
때아닌 감기로 고생한 추억이 쓴웃음을 짓게 한다.
202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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