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鄕이야기

사슴벌레 잡던 칠월

아름드리 블로그 2018. 7. 2. 08:20

 

 

 

[사슴벌레 잡던 칠월]

 

칠월,

삼라만상이 제일 왕성하게 생육하는 시기가 7월이다. 

동, 식물은 물론 우주 기운도 7월이 세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7월에 가장 활발하다.

대전 근교 만인산 휴양림,
모처럼 아내와 참나무 숲 울창한 밴취에 앉아 사색을 즐기는데, 

참나무 둥지를 오르다 제 힘에 못 이겨 나뒹구는 쇠똥구리를 보니, 

파노라마처럼 옛 생각이 스친다.

내 고향 느러리 마을 뒤 야트마한 산이 있고, 그 산에는 참나무가 많았다. 
참나무 높이는 가늠할 수 없고, 둘레는 한아름이 넘었다. 
참나무 윗 가지는 생장점을 찾아 하늘로 오르고, 

아래 굵은 둥지는 양분을 찾아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토양과 동식물, 

특히 곤충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 많은 곤충 중에는 큰 턱이 사슴뿔처럼 생긴 사슴벌레가 있었다. 

사슴벌레는 성질이 온순하고 모양새가 독특해 7~8월에 최고의 반려 곤충이자 장난감이었는데, 

그 턱이 집게처럼 생겨서 우리는 '찝게벌레'라고 불렀다.

장난감이 변변히 없던 어린 시절,
꼭 갖고 싶은 사슴벌레를 잡기 위해 동무 몇 이서 결의 아닌 결의를 했다.

녹음 짖은 7월 어느 날,
사슴벌레는 야행성 곤충이라 밤에만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서, 

낮에 참나무 숲으로 들어가 형에서 형으로 전하는 노하우대로 

둥지가 굵고  진액이 흐른 참나무에 새끼줄을 감아두고, 

어두운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별빛마저 숨죽인 참나무 숲,
한 발 한 발 낮에 묶어 둔 새끼줄을 찾아 삼십여 발을 더듬 듯이 찾았지만, 

불빛 하나 없는 참나무 숲은 우리를 쉽게 받아주지 않았다.
이리저리 헤매다 방향 감각을 잃은 우리는 비탈진 덤불 속에서 발목이 막혔다.

낮에 묶어둔 새끼줄을 찾기보다 참나무 숲을 나가기 위해, 

심봉사가 심청이 찾듯 막대기로 더듬더듬 찾는데,

"윙 윙 ~ "
그만 땅벌집을 건드렸다.

윙윙거리는 벌은 보이지 않았다. 
벌은 밤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지만 벌은 우리를 어떻게 잘 찾아 쏘아되는지...
우리는 벌 소리가 나지 않는 쪽으로 달아나며 부딪치고, 넘어지고 구르면서 참나무 숲을 빠져 나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였던가?

이렇듯 그처럼 갖고 싶었던 사슴벌레를 보지도 잡지도 못하고, 

뜨끔 거리고 화끈 거리는 몸을 어느 산소 잔디에 내던지고, 

초롱초롱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쓰라린 추억만 쌓았다.

어느덧 사슴벌레 잡던 시절이 오십년이 지났고, 

또 마을이나 참나무 숲이 없어진 지 사십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사슴벌레 잡던 추억이 엊그제 일처럼 뇌리에 스치고 지나간다.

매년 수목이 우거지는 칠 월이 돌아오면 옛 동무들이 보고 싶어 진다.

 

2018.7.2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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