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새마을 영화 보던 8월]
"아, 아~,
여기는 대덕군청 문화공보실 영상반입니다.
금일 저녁, 오늘 저녁 여덟 시에 수운교 솔밭에서
김희갑, 황정순 주연 팔도강산 영화를 상영할 예정입니다.
동리 여러분 저녁 식사를 일찍 하시고 많은 관람 바랍니다.
아, 아 또 ~~"
초등학교 긴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뜨거웠던 하루 해가 금병산 줄기 중방이 뒷산에 한 뼘만큼 걸릴 쯤에
동둑에서 흙먼지를 일으키고 지나가는 지프차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이다.
더위에 지친 하루를 보내고, 누님들의 눈치에 나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저녁밥을 먹는 듯 마는 듯,
어둠이 마을을 품기 전에 이 집 저 집 삼삼오오 손에 손을 잡고 숯골 솔밭으로 걷는다.
꽤 먼 거리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다다른 솔밭은 어느새 12동(마을) 사람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많은 사람이 웅성거리는 순간,
"대한 늬우스 ~ " 영상이 시작되면서 모두들 숨죽인다.
태극기가 펄럭이면서 까무잡잡한 대통령이 보이고, 새마을 운동 설명과 함께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알록달록한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는 영상으로 바뀔 때는
'와~' 하고 감탄과 부러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말로만 들었던 '팔도강산' 영화는 하얀 장막에 총천연색으로 움직이는 영상이
나의 눈을 유혹하고, 나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웅장한 음향이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시작할 때 황홀함과는 달리,
뜻을 모르고 보는 나는 차츰 지루함이 몰려오면서 눈꺼풀이 내려앉더니
누나들 사이에서 졸기 시작한다.
영화가 언제 끝났는지 누나들이 깨우는 소리에 눈 비비며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큰 기대를 안고 올 때와 달리,
졸리고 피곤한 몸으로 솔밭을 나갈 때쯤 '숯골사는 친구들은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걷고 걸으니 장터마을,
'장터 살았으면 집에 다 왔을 텐데...'
양손을 두 누님에게 맞기고 눈을 감고 걷기만 하는 행복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추억의 새마을 영화를 본지도 언 오십 년이 흘렀다.
지금 생각하면 나 보다 더 먼 학교를 6년 간이나 걸어 다녔던
숯골, 장터 친구들의 고충이 새삼스럽게 든다.
또 행복했던 옛 추억을 만들어 준 두 누님께 감사한 마음에 미소짖는다.
2018년 8월 6일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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