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손도 빌리는 유월]
깐깐오월 미끈유월이라는 속담처럼 유월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아,
지나가는 줄도 모르게 지나가기에 농가에서는 가장 바쁜 달이 유월이다.
보리를 베고 나서 모내기를 하는 2모작 시절....
흙바람 벽에 달력은 이제 유월이 시작되는데,
한낮 더위는 한여름 같은 어느 일요일.
나는 누나들 틈에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으로 간다.
어느새 아버지와 어머니는 대여섯 두렁의 보리를 베시고
재잘거리는 소리에 허리를 펴고 반기신다.
날씨만큼이나 메마른 보리밭,
어른 반 몫을 하는 누나들과 달리,
나는 부러진 보리 이삭을 주우러 이리저리 종종거리지만
껄끄럽기만 한 보리 이삭은 손에 쥐어지지 않고,
둥구나무 아래에서 다마(구슬) 치기 하며
놀고 있을 동무들 생각에 잔뜩 심통이 난다.
"웨째, 아부지는 질루기도 심들구, 먹기도 실은 보리 뭉딩이를 뮛땜시 이리도 마니 심는 겨!"
괜한 보리 이삭에 화풀이하는 사이 서너 줌의 이삭을 모을 때쯤,
어머니는 미지근 하지만 달콤한 미숫가루 단물 한 컵을 건네며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신다.
지금은 특정 지역에서만 재배하고 별미로 먹는 보리,
어린 시절 보리는 까끄라기만큼이나 까슬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까실까실했던 유월,
그 시절 추억이 애잔한 것은 왜일까?
2018. 6. 1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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