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鄕이야기

봄 소풍 가던, 5월

아름드리 블로그 2018. 5. 1. 12:42

 

[봄 소풍 가던 5월]

 

며칠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봄 소풍 날,

십 원짜리 용돈 두 장을 손에 쥐고 내 마음으로 쓸 수 있고,

하기 싫은 공부가 아닌 자연과 친구 되는 날.

 

교장 선생님의 당부를 듣는 듯 마는 듯 끝을 맺고,

책이 아닌 두툼한 김밥에 사이다 한 병 둘러메고

싱글벙글 재잘재잘 줄지어 교문을 나선다.

 

주막거리를 지나, 면첫거리도 지나고 수천이 들을 지나면서

흙먼지 자욱한 황충미 옆 신작로 길을 걸으니,

바로 장재울 마을 앞에서 또 한 번 흙먼지를 일으키고 차가 지나간다.

 

이윽고 따사로운 햇쌀 아래 낯선 내동리(방현동) 입구에서

양사곡산으로 성재산(적오산)에 오른다.

 

처음 오르는 성재산,

정상에 오를 때쯤 되돌아보면 걸어온 신작로 멀리

출발했던 학교가 아련히 보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든 줄도 모르고 정상에 오르니,

돌담처럼 보이는 돌무더기 앞에서 선생님의 설명에 귀가 쫑끗 하다.

또  동쪽 먼 거리에서 들릴 듯 말듯한 숨 가뿐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는 기차가 처음보는 나에게 신비롭기만 하다.

 

오르는 길에 흘렸던 땀이 식을 때쯤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귀한 김밥 도시락에 달콤한 사이다 한 모금을 먹으니,

더 부러울 것 없이 연둣빛으로 물든 오월의 성재산에서

푸르른 우리들 몸과 마음을 다 풀어놓는다.

 

푸른 꿈을 꾸었던 오월의 봄 소풍,

빛바랜 사진 한 장과 함께 추억 속에 남아있다.

 

2018. 5. 1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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