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鄕이야기

금성 8리 물길을 따라서

아름드리 블로그 2017. 9. 26. 17:38

  

 내 고향 금성 8(추목. 신봉. 자운. 장동. 하기. 신성. 가정. 도룡)는 북으로 금병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고, 동쪽으로는 적오산, 서쪽으로는 박산이 이어져 삼태기처럼 둘려 있다. 또 남쪽으로 낮은 야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삼태기 안에 알곡식이 수북이 쌓인 산세이다. 삼태기 산세로 인하여 공교롭게 물 한 방울 외부로 흘려보내지 않고, 외부 물이 한 방울 흘러오지 않는 지형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금성 8리이니, 옛 물줄기를 한 번 따라가 본다.

 

 공식 명칭이 탄동천(炭洞川)인 숯골내는 금병산 중턱 옹달샘에서 발원하여 선인동과 만선동을 거쳐 내려오다가, 옛 금봉초등학교 뒤편에서 수운교천단 서쪽, 등골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와 만난다. 그 물줄기는 다시 가는골 마을 서쪽으로 휘어져 내리치고, 장터들과 삼현들을 적시니 바로 느러리 마을 위 동둑이다. 제법 둑을 형성한 숯골내가 만나는 또 하나의 물줄기는, 멀리 금병산 서쪽 노루봉 밑에서 발원하여 알봉 밭 사이로 내디뎌 새울 앞을 휘돌고 어느새 안산을 끼고 돌아 물듬벙을 만들고 느러리 마을 앞 동둑에서 숯골내 본류와 만난다. 새울 지류를 만난 물줄기는 서행하면서 새뜸 마을 앞을 흐른다. 또 절골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중방이 마을 앞을 지나 중방들을 적시고 내리더니, 호박골 앞에서 본류와 만나 동안들과 동둑을 사이에 두고 두 손 맞잡은 듯 흘러 흘러 고내골 마을 앞 넓은 번답들에서 물 한 모금 내어주고 유유히 돌 구른다.

 멀리 금병산 동쪽 소반골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원가는골과 가는골 마을 사이를 스치며 내딛더니, 장재울과 새뜸 구릉 지대를 내달아 장재울 남동쪽 물과 황충미 앞에서 만나 수천이 들을 만들면서 각장골 앞을 지난 숯골내 본류와 새터 앞에서 뒤섞인다. 물줄기가 제법 거세진 숯골내는 두루봉 샴골의 협곡(峽谷)을 지나 정삼골을 멀리 두고 다다른 곳이 비선거리 골이다. 여기서 숯골내는 또 다른 지류(支流)와 만나니, 하기지류이다.

 하기지류는 멀리 퇴고개에서 시작해 윗터골, 아래 터 앞 느더리들에 잠깐 숨죽이고 내리니 아래텃골 서수근들이고, 그 밑이 갈마을 들 모두가 터 좋은 텃골이다. 텃골을 적신 물줄기가 승적골 뒤편을 지나 아래숯골 마을을 감싸듯 휘어지면서 다다른 곳이 한섬지기들이다.

 몇 굽이를 돌아 한섬지기들을 적신 물줄기는 비선거리골에서 숯골내 본류와 만나 제법 하천의 위용을 자랑하며 'S'자로 방아다리를 거쳐 구실들, 덕대들에서 또 한 번 휘돌아 노무새, 가정자 마을을 만나 숯골내의 또 다른 이름, 새우내라 이른다.

 여러 물줄기를 안고 굽이굽이 돌아 금성 8리를 기름진 옥토로 만든 뒤 7.4km의 대장정 끝에 선창말에서 갑천과 만나, 도룡 경운이 마을 앞 드넓은 보래보들을 만들고 유등천. 대전천과 합류 하면서 금강 본류와 서해로 이른다

 

아름드리 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