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병당 이용휘님이 쓰실 글 -
도솔천 본당 이번엔 열 두 폭 비단병풍 형체로 펼쳐진 대전 금병산을 찾아가보자. 유성 북쪽을 둘러싸고 있는 금병산은 계족산과 함께 대전의 수구(水口)인 갑천을 지키는 명산이다. 계룡산에서 이어진 산맥이 창덕봉을 시작으로 대별봉, 현덕봉, 감찰봉, 출세봉, 운수봉, 연화봉, 옥당봉, 도덕봉, 공덕봉, 일광봉, 옥련봉 등 열 두 봉우리를 펼쳐놓고 용루보전(龍樓寶殿․산봉우리가 누각처럼 이어져 지붕 형체를 이룸) 형체로 명당을 이루었다.
금병산 제1명당은 유불선 무량대도(無量大道․헤아릴 수 없이 큰 도)를 현실세계에 널리 펼친다는 대의로 창립된 수운교 도솔천단이 자리하고 있고, 제2명당은 운중선좌(雲中仙座․구름가운데 신선이 앉아있는 모양) 형체의 크게 복스러운 땅으로 자운대가 주둔해있으며, 제3명당은 금오탁시(金烏啄屍․까마귀가 시체를 쪼는 모양) 형체의 대 길지에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앉아 보국안민과 부국강병, 그리고 과학입국을 향해서 땀 흘리고 있다.
수운교 도솔천단은 자운대아파트 뒤쪽에 위치해 있는데, 사찰의 대웅전과 같은 기능을 하는 도솔천이 있다. 이 도솔천 앞에서 보면 지붕 너머로 금병산이 기와지붕처럼 펼쳐져 있어 한눈에도 이곳이 제대로 된 명당임을 증명한다. 안타까운 것은 도솔천이 금병산 제1지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명당의 기운이 뭉쳐 있는 혈(穴)을 제대로 깔고 앉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명당의 정자리는 계단 바로 아래에서 잔디밭 앞쪽으로 펼쳐져 있다(사진 점선부분). 민중의 삶과 가슴속에 깊이 파고들어 역사의 큰 흐름을 이루었던 사상이 한때의 기억으로 희미해진 것이 이때문은 아닐런지 안타깝기만 하다.
자운대는 본부건물을 중심으로 사방에 통신학교와 삼군대학, 국군병원, 간호사관학교 등이 진을 치듯 들어서 있는데, 역시 한 부대가 들어설 만큼 국(局)이 크고 넓게 펼쳐진 명당이다.
과거 이 지역은 회덕군에 속했으며, 1914년 행정구역개편 때 대전군 탄동면에 편입되었다가 1989년 1월 1일부터 대전이 직할시로 승격됨에 따라서 유성구 추목동과 자운동, 방현동 등으로 재편입됐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숯골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탄동(炭洞)과 숯골의 뜻은 무엇이며, 추목동의 추목(秋木)은 뭘 뜻하겠는가. 일설에는 이 지역에 갈나무가 많았으므로 추목동이라 했다하나 낙엽이 모두 떨어진 겨울나무(裸木)를 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즉 생존을 위해서는 옷을 벗어버릴 줄도 알아야 하고, 죽을 자리라면 기꺼이 죽을 줄도 알아야한다는 심오한 뜻이 담긴 지명이다. 또한 탄동으로 표기되는 숯골은 나무의 숯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수컷이 모이는 골짜기’의 은어로 이미 군부대가 주둔할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 명종 때 명학소의 난(망이 망소의 난)이 발발했던 진원지였으며, 둔산 신도시 개발이전까지 군부대가 주둔했던 대전 서구 탄방동(炭坊洞)도 역시 같은 뜻을 지닌 지명이다.
현재 미군이 주둔해있는 송탄시(送炭市), 성남천과 남한산성천이 합류하여 대왕교 밑을 흐르는 탄천(炭川), 백제 충신 성충이 옥중에서 의자왕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만약 적군이 내침해온다면 탄현을 막으라고 했던 그 탄현(炭峴) 등은 다 군 주둔지가 될 것을 암시한 지명들이다.
대덕연구단지는 금오탁시형체를 이룬 자오산 자락에 각종 연구소들이 겹겹이 입주해있는데, 대전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핵심 시설인 만큼 다음에 자세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글 쓴이와 달리 숯골의 지명은 암 수(暗 數)의 숯이 아닌 탄(炭)의 의미인 숯으로 보아야 된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숯골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금병산(364m)은 숯의 원료인 갈참나무가 자라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고, 일찍이 숯골에서 구운 숯이 머나먼 한양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할 정도로 숯골의 지명은 풍수지리적인 요소 보다는 자연이 빚어낸 생활의 지명인 것이라 생각한다. 아름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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