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부부의 날에

아름드리 블로그 2023. 5. 21. 12:11

부부란 무엇인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평생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부만이 존재하는 아이러니한 관계다.

 

오래전 농촌 어르신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 중, 낱말 맞히는 코너가 있었다.

노부부에게 주어진 낱말, '천생연분'을

할아버지가 설명을 하면 할머니가 정답을 맞히는 방법이었다.

할아버지가 설명을 시작했다.

"임자가 나랑 만나서 자식 낳고
지금까지 살아온 거 있잖아!"

하지만 할머니는 이해할 수가 없었고,
애가 탄 할아버지는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다.

얼마 뒤 할머니가 감을 잡은 듯
입을 주욱 내밀더니 외쳤다.

"웬-수-"

할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화가 났지만,
다시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봐, 임자랑 나랑 신랑 색시 되어
살을 맞대고 살면서 자식을 낳아 시집·장가보내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평생을 살아온 거 있잖아.

이제는 알겠지? 두자 말고 넉자, 넉자"

넉자라는 힌트에 할머니의 눈이 반짝이더니

또박또박 정확하게 발음했다.

"평ㆍ생ㆍ웬ㆍ수"


그렇다.

서로 알지 못한 채 만나서 사랑이 싹트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이해 충돌로 숱하게 다투면서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처음의 사랑은 옅어질지라도 '정'은 세월과 함께 더 끈끈해지는 게 부부다.

그래서 미움과 원망은 미운 정으로,
사랑과 고마움은 고운 정으로 남아
서로를 끈끈하게 붙들어 준다.

옛말에 '효자 열보다 악처 하나가 더 낫다.'라는 말이 있고,

'아버지 밥은 앉아서 먹고, 남편 밥은 누워서 먹고 아들 밥은 서서 먹는다'라는 말도 있다.

올바르게 미워하는 것이 매섭게 대립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새삼 드는 부부의 날을 맞는다.

2023. 5. 21
아름드리 경철.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이란  (0) 2024.03.05
사람은 누구나 쓰임이 있다.  (0) 2023.07.21
철不知  (0) 2023.04.11
마음을 움직이 글  (0) 2023.02.13
우리의 삶과 노래  (0) 2023.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