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이 없어 그땐 몰랐어요 ~ ♪
라디오에서 허스키한 모 가수의 목소리가 울린다.
철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철不知'란 무엇인가?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을 가리키는 ‘철’과 알지 못한다는 뜻의 한자 ‘부지(不知)’가 합쳐진 말이다.
‘철’은 원래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로써, 동양권에서는 흔히 지혜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철부지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때'를 모른다는 말이다.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
나는 내가 봐도 악필의 대명사다.
연필을 잡은 지 수십 년이고, 수백 시간인데 내가 읽기조차 어려운 악필이다.
은행에서 간혹 자필서명이라도 하려면 세상에 없는 문자가 써진다.
그래서 많은 생각 끝에 글씨 교정학원에 등록했다.
젊은 여선생 앞에서 머슥하게 테스트 글씨를 쓰는데,
"어르신! 연필 안 뺏으니까 연필을 살짝 쥐고 써보세요." 한다.
습관적으로 연필 잡는 방법이 오늘에 이르고, 그 방법을 바로잡는 때가 지나도 많이 지났다.
봄이 오면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땀을 흘리 면서 김을 매고,
가을에는 열매를 수확하고,
겨울에는 월동을 하기 위해서 창고에 저장해야 한다.
철을 모르는 사람은 땅이 꽁꽁 얼어붙은 엄동설한에 씨를 뿌리려고 들판에 나간다.
바로 나 같은 사람이다.
평생 철이로 살았으면서
오늘도 손가방 하나 들고 철없이 학원으로 향한다.
2023. 4. 11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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