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까운 지인 부친상에 다녀왔다.
장례는 생소한 수목장으로 모셨다.
요즘에는 장례 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제례 문화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고 있다.
제례, 즉 제사 문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조상숭배 이념에서 시작되었으니
태초부터 시작하여 방법이나 형식이 시대마다 변했고,
근래의 제사 문화는 갑오경장(1894) 이후로 보고 있다.
제사에 관련한 일화 한토막이다.
조선시대 청백리로 손꼽는 황희(1363~1452) 정승이 관직을 그만두고 낙향했을 때,
어느 날 황희 정승에게 동네 사람이 찾아왔다.
"정승 어른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 무언가? 말해보게."
"오늘이 아버님 기일이라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아들 녀석이 몹시 아파서 안사람이 제사를 말립니다.
하지만 제사는 어떤 경우에라도 꼭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자네 말이 맞네, 가서 정성을 다해 제를 드리도록 하게."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
"정승 어르신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 뭔가?"
"오늘이 어머님 제삿날인데, 기르던 개가 죽었습니다. 이럴 땐 제사를 건너뛰어도 되겠지요?"
"그렇게 하게."
이를 보고 있던 하인이 질문을 했다.
"어르신, 어차피 똑같은 질문인데 한쪽은 제사를 지내야 하고, 또 한쪽은 건너뛰어도 된다는 말씀은 어떤 뜻으로 말씀하신 것입니까?“
황희 정승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첫 번째 사람은 누가 말해도 제사를 꼭 지낼 사람이고, 두 번째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제사를 건너뛸 사람이네. 그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들으려고 온 것일 뿐, 내 말을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네. 그런 자들에게 옳은 소리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맞는 말이다
제사는 정신문화다.
그래서 마음에 없는 제사는 의미가 없다는 지혜로운 답변이다.
사실 제사는 예나 지금이나 지내도 되고 안 지내도 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다.
세월 앞에 변하지 않는 게 없다.
제사 문화 역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요 근래 빨리 변하는 제사 문화를 생각하면 (독자의 몫)이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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