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절기가 지난 포근한 일요일,
어리바리한 농부가 지난가을에 심어 놓은 마늘 이랑에 쪼그려 앉아
새순이 빨리 나오기를 재촉하며 성급하게 파 보았다.
아직 한기가 남아있는 흙 속에서 쪽마늘이 작은 뿌리를 내리고
새순이 돋으며 내게 '조금 더 기다리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자연은 가을 다음 바로 봄을 맞게 하지 않는다.
또 뿌리에서 바로 꽃을 피우지 않지만,
가을에는 어김없이 열매를 거두게 한다.
오직 사람만이 기다림을 참지 못한다.
어리보기한 나처럼, 컴퓨터를 켜는 순간 실행이 되기를 원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기다림을 못하고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어린 시절 기다림은 설렘이 있었다.
5일장에서 검정 고무신 사 오신다는 엄마를 기다리는 설렘도 있었고,
도회지에 있는 친척 집에 갈 수 있는 방학 기다림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큰 볼거리는 없지만, 소풍날 기다림은 며칠 동안 설렘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햇살 가득한 날,
자연은 어리석은 나에게 한마디 건네는 듯하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고,
기다림은 헛됨이 아닌 과정이라."라고...^^
2021. 1. 24
아름드리 경철.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보다 더 소중한 지금 (0) | 2021.05.17 |
---|---|
언어는 습관이고 문화다. (0) | 2021.02.16 |
한글은 총 몇 글자 일까? (0) | 2021.01.12 |
배려 (1) | 2020.12.22 |
세계 4대 성인(聖人)이 전하는 말 (0) | 2020.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