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중학교 2학년,
시험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약속한 하이킹,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는 유성 사이클(자전거) 대여점으로 갔다.
선수용처럼 생긴 자전거를 우리는 '싸이클'이라고 불렀고,
그 사이클을 타고 놀러 가는 것을 '하이킹'이라고 했다.
45년 전 유성에는 사이클 대여점이 몇 군데 있었고,
임대료는 하루 500원, 한나절에 300원씩 했다.
시험의 해방감을 한몸으로 느끼며
시월의 햇살아래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 들판을 가누면서
우리는 사이클 페달을 마음껏 밟았다.
그때 우리 사춘기를 자극했던 노래가 '어니언스'에 '편지'였다.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
하얀 종이 위에 곱게 써 내려 간
너의 진실 알아내곤 난 그만 울어 버렸네
뻥 뚫린 내 가슴에 서러움이 물 흐르면
떠나 버린 너에게 사랑노래 보낸다"
노래 가삿말만큼이나 순수했던 우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국도 1호선을 따라 궁동, 외삼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연기군 금남면 용담마을을 거처
감성, 발산, 대평리 마을을 지나 대평리 다리 위에서 목청껏 노래 부르고 다시 북쪽으로 향했다.
처음 만나는 고갯길,
길고도 높은 종촌 고갯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갯마루를 넘을때,
10여 m 앞에 있던 친구는 어느새 100여 m 앞을 내달리고
나 또한 내리막 길을 내달리며 가을 바람을 마음껏 마셨다.
조치원읍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저녁 너울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금호중학교 여학생이 지나가면
휘파람을 불어가며 더욱 힘차게 페달을 밞았다.
산야가 황금으로 물드는 요즘 같은 날에는
추억을 같이 했던 병설이, 성우, 태술이, 홍석이 이름을 되새기며
옛 추억이 잠긴다.
2018. 10. 18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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