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자그마한 텃밭 모퉁이에 심어 놓은 옥수수,
적절히 익은 옥수수 몇 자루 따다 찜솥에 삶아
잘 생긴 놈으로 한입 베어 물으니,
옛 생각에 잠긴다.
오십여 년 전 초등학교 시절.
전기가 없던 시절에 저녁밥을 먹고 나면
마을 어머니들은 약속이나 한 것 처럼 석봉이(추경숙) 누나 마당으로 모였다.
작은 마을 가운데 있는 마당에는 커다란 멍석이 펼쳐져 있고,
옆에는 겨울에 사용했던 화로에 단오에 베어 말린 모깃불이 쑥 향과 함께
뿌연 연기가 피어난다.
오시는 어머니들은 초여름에 수확해 만든 보리 개떡,
하지 때 캔 삶은 감자, 낮에 따다 삶은 옥수수 등을 한 접시씩 가지고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신다.
팍팍한 살림살이의 푸념에서부터 고단했던 오늘 이야기,
또 자녀들 걱정에 친정집 걱정까지 하게 되면 서로서로 긍정의 맞장구를 치며
고단했던 하루를 위안으로 삼는다.
난 어머니들의 고단한 이야기는 관심 없이 동무 들과 뛰어놀다 보면 힘에 부쳐,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눕는다.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밤,
어디서 작은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오늘 착한 일 했는가 보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보면" 하신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어머니는 손부채로 윙윙거리는 모기와 더위를 쫓느라고 연신 부채질을 하신다.
그 틈에 나는 수 많은 별나라 여행을 떠난다.
별 이름이나 별자리는 몰라도 어찌 그리 초롱 하던지,
옥수수 한 알에 별 하나,
옥수수 한 자루를 다 먹고도 세지 못한 별이 남아,
잠이 들어버린다.
옥수수 익어가는 이만 때가 되면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2017년 7월 23일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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