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방학이다.
매년 추운 겨울방학이 다가오면 예외 없이 방학 때 놀이기구 썰매 만들기에 몰두한다.
썰매란 여러 가지 용도의 썰매가 있으나, 어린 시절 타고 놀았던 썰매는 논이나 냇가의 얼음판에서 타고 놀 수 있는 용도로 두 발 썰매, 외발 썰매, 비행기 썰매, 외 발 스케이트가 있는데 제일 기본적인 것이 일명, 앉은뱅이 썰매라고도 부르는 두 발 썰매이다.
지금과는 달리 썰매 만들 재료들이 흔하지 않아서 미리부터 이 궁리 저 궁리를 하여야 한다. 썰매를 만들 때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나무 판재이다. 창고나 헛간, 부엌 어디에도 썰매 판으로 쓸 판재를 구하기는 어렸다. 제일 좋은 것이 어쩌다 생기는 나무 생선 상자인데, 박혀있던 못을 나무판이 부서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빼고,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깨끗이 씻어서 말린다. 생선 상자는 썰매의 상판은 대략 40cm 정도로 자르고 3장 정도 이어 붙이면 30cm 정도 된다.
그 밑에 두 발 썰매는 4*6cm 정도의 각목으로 상판의 양쪽에 못으로 고정하면 되는데, 못 또 한 흔하지 않아 생선 상자에 박혔던 못을 잘 펴서 사용하면 최고의 썰매 재료였다. 하지만 각목 구하기가 어려워 지름 5~6cm의 나무를 길이에 맞게 자르고 어린 손으로 각목 형태(원을 직각으로)로 깎고 다듬어서 썰매의 지지대이자 발 역할을 했다.
완성된 썰매가 얼음과 마찰이 적게 날을 부착하는데 주로 굵은 철사를 곧게 펴서 앞쪽에는 썰매 버팀목에 박고, 뒤쪽에는 위로 구부려 못으로 고정한다. 굵은 철사보다는 합석 양동이(바께스) 밑에 끼웠던 철 바퀴가 얼음판 위에서는 마찰이 적어 잘 나갔다. 하지만 귀한 양동이 밑 바퀴를 구하기 어려워 여름부터 양동이를 이리저리 내둘러서 빨리 망가지게 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앉아서 두 날 썰매(앉은뱅이)보다는 기마 자세로 타는 한 날 썰매를 만들어 탔다. 한 날 썰매는 두 날 썰매에 비해 썰매 타는 기술은 많이 필요하지만 빨리 달릴 수 있고 회전도 자유로워 숙련된 고학년은 한 날 썰매를 만들었다. 그 한 날 썰매 채(송곳)는 더 길어서 만들기 위해 작은 톱과 낫을 들고 마을 앞 중뱅이 산으로 갔다. 중뱅이 앞산은 산이 깊어 우리가 필요한 소나무가 많았다. 길이 60~70cm, 굵기 3cm 정도의 소나무를 잘라 위쪽에 가지 부분을 잘라내면 둥그런 모양이 되고, 그 모양을 다듬으면 손이 아프지 않은 손잡이가 된다. 그 밑에 박을 꼬챙이는 안방 벽에 옷걸이로 박아 놓은 굵은 못을 몰래 빼서 머리 부분을 펴고 거꾸로 박으면 훌륭한 얼음 썰매 채가 된다.
느러리 윗뜸 마을 앞에 커다란 샘이 있었는데, 그 샘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항상 샘물이 나왔고, 겨울에는 훈훈한 김과 함께 흐르는 물이 논바닥으로 흘러 반질반질한 얼음판이 우리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여름방학과는 달리 겨울방학 때는 하기 싫은 공부 말고는 집안일 도울 것이 없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기 바쁘게 썰매를 둘러메고 삼삼오오 얼음판으로 내달렸다. 얼음판에는 벌써 대여섯 명이 얼음지치기에 열중했고, 나 또한 그 무리에 끼어 추운 겨울 날씨에 땀을 흘려가며 썰매를 탔다.
얼음 썰매 타는 놀이로는 기본적으로 빨리 달리기 시합,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곡예 달리기, 얇은 얼음 위를 깨트리지 않고 지나가는 조심운전, 그리고 앉은뱅이 썰매를 앉아서 다리를 앞 썰매에 얹고 여러 썰매가 이어가는 열차 썰매 타기 등이 있었다.
또 그 시기에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씽씽 달리는 고속버스가 생겨났다. 그 이름에 정노는 중앙고속, 찬하는 천일고속, 무열이는 한진고속 나 또한 동양고속이라고 이름 붙이고 고속도로의 왕자처럼 우리는 얼음판 위를 씽씽 달리고 달렸다.
즐거움을 주었던 논이나 마을이 없어진 지 40여 년이 되었고, 같이 얼음 지치던 고향 친구들은 육십을 바라보는 중년이 다 되어간다.
옷깃을 여미는 추운 겨울이 돌아오면 얼음 썰매 타다 물에 빠져 양말을 말려야 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2016. 1. 14
아름드리, 류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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