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과거시험 합격자의 서울 편중현상이 심각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원명 서울여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 연구’(국학자료원)에서 1만4620명의 문과 급제자 중 거주지가 확인된 인원 1만2792명의 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5502명(43.1%)이 서울 거주자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1789년 정조시대 조사에 따르면 서울 인구(18만9153명)는 전국 인구(740만3606명)의 2.55%에 불과했다.
결국 전체 인구의 3%가 안 되는 서울에서 문과 급제자의 43%를 차지한 셈이다.
이 교수는 송준호 전북대 명예교수와 에드워드 와그너 전 하버드대 교수(2001년 작고)가 2002년 공동 발간한 ‘보주 문과 방목 CD롬’을 바탕으로 문과 급제자들의 본관(성관)과 거주지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과거 급제자들의 성관 편중 현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수록된 전체 성관 4477개 중에서 문과 급제자를 1명 이상 낸 성관은 664개(14.8%)였고, 10명 이상을 낸 성관은 199개(4.4%)였다. 특히 10명 이상 문과 급제자를 낸 ‘주요 성관’ 출신이 전체 급제자의 90.8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전체 성관의 5% 미만에서 90% 이상의 문과 급제자를 배출한 셈이다.
이 교수는 특히 전체 급제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9개 ‘주요 성관’ 출신 급제자의 거주지를 집중분석했다.
그 결과 서울, 정주, 안동, 충주, 상주, 청주 등 17개 지역 거주자가 전체의 65.11%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편중 현상이 심각했음이 드러났다.
조선시대 전국 군현은 330곳으로 이중 문과 급제자를 1명이라도 낸 곳은 절반가량인 162곳이다.
주요 성관출신 문과 합격자의 거주지를 도별로 나눠보면 서울(45.9%)이 단연 많았고 경상(13.2%) 충청(10.4%) 경기(8.7%) 평안(8.35%) 전라(7.8%) 강원(2.43%) 함경(1.84%) 황해(1.28%) 순이었다.
이 교수는 또한 세기별로 성관별, 지역별 문과 급제자의 순위 변동도 추적했다. 그 결과 문과 급제자의 성관 중 10대 성관 출신의 급제자 수가 후대로 갈수록 더 늘어나고, 거주지별로 봤을 때는 서울 거주자의 급제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이 드러났다.
이 교수는 “귀족사회였던 고려시대에는 거주지가 큰 의미가 없었으나 관직사회인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서울 중심의 집중화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주요 성관`의 세기별 급제순위 순위 1 2 3 4 5 6 7 8 9 10
15세기 안동권 광산김 문화류 진주강 밀양박 창령성 전의이 여흥민 광주이 경주이 16세기 전반 광산김 안동권 광주이 전주이 안동김 진주강 경주김 파평윤 여흥민 전의이 16세기 후반 전주이 안동권 파평윤 남양홍 청주한 진주강 안동김 광산김 여흥민 동래정 17세기 전반 전주이 청주한 남양홍 안동권 안동김 파평윤 밀양박 전의이 연안이 광산김 17세기 후반 전주이 안동권 파평윤 밀양박 연안이 광산김 청주한 여흥민 반남박 청송심 전의이 18세기 전반 전주이 파평윤 남양홍 안동권 반남박 청주한 밀양박 한산이 광산김 안동김 18세기 후반 전주이 남양홍 연안이 청주한 안동김 파평윤 밀양박 안동권 청송심 풍양조 19세기 전반 전주이 안동김 남양홍 안동권 청주한 풍양조 반남박 연안김 대구서 파평윤 19세기 후반 전주이 안동김 파평윤 여흥민 남양홍 여안이 풍양조 광산김 반남박 청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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