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해군 비 류(光海君 妃 柳)씨의 어머니는 봉원부부인(蓬原府夫人) 정(鄭)씨인데 좌의정 유길(惟吉)의 딸이다. 광해군 을묘년에 정씨를 위하여 서총대(瑞蔥臺)에서 잔치를 베풀었는데, 동궁(東宮 광해군의 아들)이 시(詩)를 지어 주기를,
[참고]- 대승공(大丞公) 20世 문양부원군 류자신(文陽府院君 柳自新 : 1541~1612)의 부인은 동래인(東萊人) 좌의정(左議政) 유길(惟吉)의 따님 봉원부부인 정씨(蓬原府夫人鄭氏 : 1541~1620)이고, 그의 셋째 따님은 조선 15대왕 광해군(光海君 : 1575~1641), (재임 : 1608 ~ 1623) 비(妃), 문성군부인 류씨(文城郡夫人 柳氏 : 1576 ~ 1623)이며 류씨(柳氏)의 아들은 동궁 이질(東宮 : 1598 ~ 1623)이다. 시대는 1620년경으로 동래정씨 80세, 광해군 46세, 류씨 45세, 동궁 23세 때로 보아진다.
팔순(八旬)높은 수(壽)에 경사가 연이으니 / 遐齡八袠慶綿綿
옥수지란(玉樹芝蘭)이 눈앞에 가득하다 / 玉樹芝蘭滿眼前
사위인 임금께서는 백 년 가까이 산 것을 가상히 여기고 / 宸眷深嘉垂百歲
외손인 나의 효성된 마음은, 천년토록 모시기를 축원하오 / 孝思常願奉千年
병 뚜껑을 열자 붉은 술의 향기가 하늘에 떠 오르고 / 樽開紅醞天香襲
요대(瑤臺)에 잔치 내리시니, 은혜가 망극하네 / 珍賜瑤臺雨露偏
궁중의 첫 가을은 맑은 날씨가 길었는데 / 上苑新秋晴日永
못 속에 연꽃과 모래에 나는 새는 오색 구름 가이로다 / 渚連沙鳥五雲邊
하였다. 정씨가 차운하기를,
대대로 계승하여 보력(寶歷 나라의 연대수를 말함)을 이었으니 / 繼繼承承寶曆綿
문왕의 자애(慈愛)와 무왕(武王)의 효성이 모두가 전에없는 일일세 / 文慈武孝兩無前
문호(門戶)에 빛남이 천년 만에 한 번 때를 만났고 / 光騰門戶逢千載
천지같은 높은 성덕(聖德) 만년(萬年) 수(壽)를 축원하오 / 德配乾坤祝萬年
죽기전에 봉도(蓬島 신선이 사는곳)위에 다시 놀아 / 未死重遊蓬島上
남은 평생에 임금 은혜 깊이 입었네 / 餘生深荷聖恩偏
양춘(陽春)의 한 곡조를 뉘 능히 화답할고 / 陽春一曲誰能和
소해(少海 동궁)의 문장이 해[日]가에 빛나 도다 / 少海奎章暎日邊
하였다. 류씨(柳氏)가 또 정씨를 위하여 통명전(通明殿)에서 수연(壽宴)을 베풀고, 광해군이 시를 주었는데,
덕을 쌓은 빛난 가문 수복(壽福)도 많은지고 / 種德名門壽福全
가정을 복되게 하는 어진 행실은 전고(前古)에도 없었네 / 宜家令範更無前
빛난 집엔 수많은 잠홀(簪笏)들이 넘쳐 있고 / 森森簪笏華軒溢
번창한 자손들은 비단 장막에 연이어 있네 / 濟濟芝蘭錦幌連
동궁을 세웠으니 나라 복조(福祚) 튼튼하고 / 慶建少陽鞏國祚
중궁(中宮)은 덕을 밝혀 백성들을 교화하도다 / 光昭壼理迪民賢
통명전에 잔치 열어 중궁이 잔 드리니 / 坤宮奉酌通明殿
인간의 거룩한 일을 만 사람이 전하도다 / 盛事人間萬口傳
하였고, 정씨가 차운 하기를,
죽지 않고 남은 미망인 목숨 다행히 온전하여 / 未死殘骸幸瓦全
바람에 몸을 날려 대궐에 다시 오니 / 御風重近紫宸前
태양가의 상서로운 기운이 옷자락에 덮쳐오고 / 日邊佳氣衣邊襲
하늘 위의 은혜 빛은 자리 위에 연이어 있도다 / 天上恩光席上連
궁주(宮酒)를 내리시니 흔연히 취하였고 / 霞醞宣來欣醉飽
동궁이 자리에 나오시니 어진 덕을 축하하오 / 少陽昇座賀仁賢
화답하신 높은 글과 손수 쓰신 그 글자를 / 賡歌寶什翔鸞字
돌아가서 자손만세토록 전하리라 / 歸與兒孫萬世傳
하였다. 류씨가 시 짓기를,
궁중에서 임금 모시옵기 스물 아홉 해가 되나 / 叨侍宮闈卄九年
왕비의 덕으로는 옛 사람에게 부끄럽소 / 翟褕徽典愧前賢
다행히 선묘(선조)의 중흥한 날을 만났고 / 欣逢宣廟中興日
다시 우리 임금의 높고 온전한 덕을 보았도다 / 更見吾王至德全
난세에 몇 번이나 용(龍)의 행차 따랐더니 / 世亂幾參龍御運
태평시대에 길이길이 봉황 장막[鳯帷]에 모시네 / 時平長享鳳帷邊
학 같은 흰 머리 자친의 그 얼굴, 통명전에 나오시니 / 慈顔鶴髮通明殿
수배(壽盃)를 올리매 넓은 성은(聖恩) 놀라워라 / 稱壽還驚寵渥偏
하니, 정씨가 차운하기를,
귀찮은 세속 일로 노경이 괴롭더니 / 俗累塵緣惱暮年
일심으로 궁중의 어짐 위로되어 / 一心聊慰壼儀賢
은혜를 받자와 두 번이나 삼청(三淸 선경(仙境))세계에 올랐고 / 承恩再躡三淸界
천지의 조화를 이룩하는 이성(二聖 임금과 왕비)의 복되심이 더욱 기쁘도다 / 贊化重歡二聖全
금전(金殿) 속에서 잔치를 베풀었고 / 錫宴渙開金殿裏
풍성한 음식은 늙은 몸을 둘러 있도다 / 需雲繚繞老身邊
관저(關雎)와 규목(樛木)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 關雎樛木非專美
다시 건곤(乾坤)의 덕이 기울지 않기를 송축하오 / 更祝乾坤德不偏
하였다. 세자(世子)가 정씨에게 준 시가 두 수인데 그 한 수에,
통명전 대궐속에 구름 병풍 높게 치고 / 通明殿裏敞雲屛
금촛대 밝은 촛불 뜰에 비쳤도다 / 金燭輝煌暎紫庭
오늘같은 모임은 천 년에도 만나기 어려우리니 / 千載難逢今日會
받들어 축수하고 깊은 정을 바칩니다 / 奉歡稱壽供深情
하였고, 또 한수에,
나부끼는 상운(祥雲)이 대궐에 가득하고 / 縹緲祥雲迷紫闕
맑은 기운 서리어서 궁중을 둘렀도다 / 蔥籠佳氣繞楓宸
난전(蘭殿)에서 즐거움을 받드니 정은 다함이 없고 / 奉歡蘭殿情何盡
꽃다운 자리에 수배(壽盃)를 올리니 감회가 더욱 깊도다 / 薦壽華筵感轉新
하였다. 《공사견문》
- 연려실기술 제21권 정인홍 편에서 "류"와 "참고"만 첨삭(添削) 하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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