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배려, 짐을 나누어 지는 것

아름드리 블로그 2021. 5. 29. 09:12

장편소설 '대지'193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여류 소설가 '펄 벅' 여사가 1960년에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 일화 한 도막이다.

 

펄 벅 일행과 함께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경주 시골길을 지나고 있었다.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고 있었다.

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조금 실려 있었고,

농부는 자기 지게에 따로 짚단을

지고 걸어갔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상하게 볼 광경이었다.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짐을 싣고 농부도 타고 가면

아주 편할 텐데...

 

통역을 통해 그녀는 농부에게 물었다.

 

"왜 소달구지에 짐을 싣지 않고

힘들게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대답했다.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저도 일을 했지만, 소도 하루 힘들게 일했으니

짐도 나누어서 지고 가야지요."

 

그녀는 농부의 말에 감탄하며 말했다.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걸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의 짐을 거들어주는 모습만으로도

한국의 위대함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흔히 보았던

풍경이었지만, 그녀는 고국으로 돌아간 뒤

이 모습을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기록했다.

 

비록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존귀하게 여겼던 농부처럼

우리는 본디 작은 배려를 잘하는

민족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시고가 나부터 꽉 차있다.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존귀하게 여겼던

부모세대의 배려심이 잊혀가는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2021. 5. 29

아름드리 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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