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이
1960년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황혼에 경주 시골길을 지나고 있는데,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고 있었다.
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조금 실려 있었지만
농부는 자기 지게에 따로 짚단을 지고 있었다.
합리적인 서양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상하게 볼 광경이었다.
힘들게 지게에 짐을 따로 지고 갈 게 아니라 달구지에
짐을 싣고 농부도 타고 가면 편했을 것이다.
통역을 통해 펄 벅이 물었다.
"왜 소달구지에 짐을 싣지 않고 힘들게 갑니까?"
그러자 농부가 대답했다.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저도 일을 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힘든 일을 했으니
짐을 서로 나누어져야지요."
펄 벅은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걸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의 짐을 거들어주는 모습만으로도
한국의 위대함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따뜻한 하루에서-
간단한 글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지금은 짐승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종류를 기르고 사랑하지만,
위에 글처럼 그 시절 농촌에서 소 한 마리는 큰 재산이었고, 때론 듬직한 농군이었다.
그러기에 비록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존귀하게 여겼고, 무언의 배려를 잘 하는 민족이었다.
펄 벅이 만난 시골 농부의 이야기는 배려를 잃어버린
지금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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